황정민, 황정민을 연기하다
얼마 전 차인표가 영화 <차인표>에서 배우 차인표를 맡았다면, 황정민은 이달 개봉을 앞둔 영화 <인질>에서 배우 황정민 역을 맡았다.
극중 황정민은 영화 제작보고회 후, 기분 좋게 한 잔 마신 후 매니저 없이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한다.
편의점에 들려 자기 차를 맡긴 후 집에 걸어가려는데 한 무리가 황정민을 알아보고 시비를 건다. 시비 끝에 황정민은 그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황정민을 납치한 이들은 최근 벌어진 한 카페 사장과 종업원 납치사건의 범인.
황정민은 자신의 눈앞에서 카페 종업원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두 사람의 몸값으로 5억 원을 주겠다며 협상을 시도한다.
그는 다음 날 예정된 영화 관련 인터뷰에 못 가게 됐다고 말하려고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자, 같이 영화에 출연한 박성웅(박성웅 분)에게 전화해 매니저에게 대신 말 좀 전해 달라며 특정 기자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말한다.
사실 황정민이 거론한 기자 이름은 그가 과거 영화에 출연했을 때 극중 형사의 이름.
이를 전해 들은 황정민의 매니저는 무슨 일이 생겼구나 생각해 황정민의 집으로 향한다.
한편, 평소 심장약을 복용하던 황정민은 갑자기 납치당해 약을 챙겨오지 못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영화 <차인표>와 <인질> 모두 차인표, 황정민이 고생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의 차이는 분명하다.
<차인표>는 코미디를 표방하고, <인질>은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다. 당연히 <인질>의 황정민이 더 고생했다.
납치당한 상황이기에 그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것이고, 특히 ‘황정민’이 납치당한 상황을 연기하느라 이게 진짜인지 허구인지 헷갈려서 힘들었다는 것이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그가 밝힌 소감.
이어서 그는 실제 자신이라면 극중 황정민보다 더 잘 싸웠을 것이라며, 합은 이미 맞췄으나 합이 짜여지지 않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인질범 역을 맡은 배우들과 연극 연습하듯이 동선을 맞췄다고 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현실감에 초점을 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감독은 “드루와 드루와~” 등 황정민의 유행어를 영화에 녹여냈고, 황정민은 자신과 친한 박성웅에게 박성웅 역으로 출연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마치 진짜 황정민이 납치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특히 황정민을 납치한 이들을 전부 신인으로 캐스팅해 관객들에게 낯설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황정민을 납치한 최기완(김재범 분)이 제 발로 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하는데 여기에 반전이 숨어있어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납치범 중 한 명인 용태(정재원 분)가 꼭 발달장애인이었을까 싶다.
그는 장애 특성상 기완의 말을 매우 잘 듣는데, 그런 까닭에 그는 납치당한 이들에게 무자비하게 군다.
꼭 그 무자비한 범죄자가 장애인으로 그려져야 했을까 그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모쪼록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 <인질>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