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하루하루가 공포 그 자체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극장가는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한창이다. 영화 <귀문>과 <귀신>이 지난 25일 개봉한 데 이어 다음 달 9일 <쇼미더고스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귀문>이 스크린X, 4DX 등 다양한 포맷으로 관객이 직접 ‘공포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귀신>은 B급 감성 물씬 나는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걸그룹 카라 출신 한승연을 내세운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청년의 삶에 초점을 뒀다.
성적도 좋고, 공모전 수상 경력도 여러 차례 있는 예지(한승연 분)는 지방대 출신이어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또 취업에 실패한 예지는 술에 잔뜩 취해 20년 지기 친구 호두(김현목 분)가 일하는 편의점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호두에게 예전에 자신이 빌려준 돈 1,500만 원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호두는 얼마 전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33만 원짜리 집으로 이사하면서 그 돈을 써서 힘들다며 난감해한다.
자기가 살던 집 보증금까지 빼서 주식에 모두 넣은 예지는 주식이 폭삭 하락해 빈털터리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자 예전에 자신이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으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본의 아니게 호두네 집에서 동거하게 된다.
이층집에, 침대, 소파, 냉장고는 물론 인형까지 없는 게 없는 말 그대로 ‘풀옵션’인데, 월세가 너무 저렴해 오히려 예지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예지가 온 그날 밤부터 집에 이상한 일이 생기자 호두는 겁을 잔뜩 먹는다.
며칠 후부터는 썩은 내도 나는 것 같아 호두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냄새의 원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방 안에 있는 상자가 들썩거리자 겁먹은 두 사람은 상자를 열어본 후, 옆집으로 피신해 옆집 남자에게 대체 그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듣게 된다.
도저히 이 집에서 살 수 없지만, 계약기간이 무려 3년이나 되는 까닭에 두 사람은 다른 세입자를 구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집을 보러 누가 오기만 하면 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두 사람은 인터넷을 뒤져 ‘셀프 퇴마의식’을 거행하지만, 별 소득이 없자 결국 아이돌 출신 퇴마사 ‘꽃도령’ 기두(홍승범 분)를 찾는다.
그러나 기두 역시 퇴마의식 도중 도망을 가고 만다.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공포영화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높은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20~30대의 삶을 그리고 있다.
높은 집값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그래서 한 번에 큰돈을 확 벌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투자를 하는 현 세태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중반부로 가면서부터 재미가 반감(半減)된다.
더위를 싹 날려줄 공포영화를 생각했거나 혹은 배꼽 빠지게 웃긴 코미디 영화를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 <쇼미더고스트>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