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기존에 인공지능과의 동거를 그린 영화는 몇 편 있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와 반대로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이 주인에게 너무 빠져 그의 연애를 방해한다는 내용의 <하이, 젝시>가 대표작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동거하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아임 유어 맨>이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 분)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를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 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댄 스티븐스 분)과 3주 동안 동거를 시작한다.
알마는 철저히 톰을 ‘기계’처럼 대한다. 겉모습은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기에 그렇다.
그런 대우를 받아도 톰은 늘 한결같이 알마를 대한다. 싫어하는 내색이나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3년 동안 알마가 연구해 오고 있는 주제로 이미 다른 연구자가 논문을 발표한 것도 알고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게다가 기립성 어지럼증으로 한 여자가 쓰러지자 재빨리 그녀를 받아낸 후, 응급처치할 정도로 못 하는 것 하나 없는 완벽함을 갖춘 톰의 모습을 보며 알마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급기야 그녀는 톰과 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이 일로 그녀는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 얼마나 서툰지 깨닫는다.
톰은 이른바 ‘퍼니 비디오’(funny videos)라며 사람들의 실수를 모아 놓은 영상을 보며 왜 즐거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에게는 행복을 준다는 말인가? 사실 원론적으로 접근하면 남이 넘어지는 걸 보면서 웃는 건 정상이 아니다.
어쩌면 톰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극 중 알마는 이 같은 사실 때문에 톰을 두려워한다.
‘기계’인 톰이 적대적인 존재여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인간들보다 더 이타적이고, 교양있고, 평화로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하이, 젝시>처럼 자극적인 유머 코드도 없고,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가 아닌 독일어 대사여서 다소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주제를 다뤘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영화 <아임 유어 맨>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