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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범죄 까발려

영화 보이스 스틸컷

10여년 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주민등록번호로 우체국 신용카드가 발급되었는데, 반송됐다며 검찰에 신고를 대신해 줄 테니까 전화 오면 잘 받으란다.

대번에 보이스 피싱인 걸 눈치채고 어떻게 사기치나 보자는 심리에 알겠다고 했다. 불과 1~2분 지났을까? 똑같은 목소리의 남자가 검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하다못해 존재하지도 않는 지검의 이름을 대는 등 어설펐다.

그는 나에게 최근에 카드를 만든 적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신분증을 잃어버린 적이 있냐고 했다. 없다고 했다. 그러니 이번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직업을 물었다. 당시 총리실을 출입하던 터라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라고 사실대로 말했다.

기자는 그의 질문에 모두 사실만 말했는데, 그는 대뜸 욕을 하며 장난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개그 프로그램에선 보이스 피싱을 소재로 한 코너가 선보였다. 정작 전화를 건 범죄자가 당황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마치 그 옛날 기자에게 직업을 묻고는 당황했던 그놈처럼.

보이스 피싱이 성행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누구나 한 번은 전화를 받아봤을 정도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범죄도 진화했다. 어설픈 조선족 말투로 1인 다역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연히 전화를 받고 의심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이든 통화든 직접 해당 기관에 확인해도 당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 몇 달 전, 기자의 친구 역시 보이스 피싱에 걸려들 뻔했다. 코로나19 정책자금의 일환으로 저리의 대출상품으로 대환이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낸 후, 통화 과정에서 저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며, 이를 중간에서 중개해 준다는 말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

처음에 대출을 해 주겠다고 접근해 잠시 후, 확인하니 대출금이 많아서 대부업협회에서 대출을 못 받도록 막아서 진행이 힘드니 협회를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한 후 대출해 주겠다고 했단다.

낌새가 이상해 협회에 확인 전화를 해 보라니까 이미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대부업협회에 확인 전화도 했는데 사실이란다.

다행히 놈들에게 돈을 보내기 전에 이미 자신의 스마트폰이 감염해 대부업협회에 전화를 걸 때 ‘가로채기’ 당한 걸 알고 피해는 막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그 정도로 보이스 피싱 범죄 수법은 더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영화 <보이스>는 이처럼 진화해 가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6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보이스>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전직 형사가 보이스 피싱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놈들을 잡으러 보이스 피싱 조직에 잠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 피싱 범죄조직 내부의 모습과 수법이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금감원과 경찰, 화이트 해커 등에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상상력을 보태 구현했다.

똑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번호로 불리는 것은 상상력이지만 인출책, 시나리오 기획책 등 다양한 역할로 구분돼있는 부분은 실제 경찰로부터 입수한 조직도에 기반한 것이라는 게 감독의 설명.

그렇다고 보이스 피싱 피해자나 범죄자를 만나보진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 역을 맡은 변요한은 피해자를 만나 그 고통을 상기시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냥 대본에만 충실했다고 말했다.

극 중 보이스 피싱 기획책 역할을 맡은 김무열 역시, 이미 잡힌 범죄자들은 감옥에 있고 아직 안 잡힌 이들은 실체를 알 수 없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디테일한 면에 있어 한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보이스 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해 후속편도 만들려면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후속편이 안 나오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김곡 감독의 말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에서 보이스 피싱 범죄자들을 잡아들인 후, 브리핑을 맡은 경찰(김희원 분)이 마지막에 퇴장하려다 다시 마이크 앞에 서서 보이스 피싱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악랄한 가해자들의 잘못이니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피해자들에게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참고로 지난 한 해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7천억 원에 달한다.

영화 <보이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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