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의 무모한 여행기
최근에 전학 와서 새로 사진동아리 ‘빛나리’에 가입한 시연(설시연 분). 말이 사진동아리지 맨날 영화나 보고, 합기도장에서 술래잡기나 하며 논다.
시연은 방학숙제로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말에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들고 친구 연우(배연우 분), 소정(박소정 분), 송희(한송희 분)와 함께 1호선 끝 신창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철을 맞게 탔는지부터 헷갈린다.
우여곡절 끝에 천안행 종착역인 천안역에 내린 아이들은 신창행 열차를 기다리며 생각보다 빨리 안 오자, 그냥 여기나 신창이나 비슷할 것 같으니 여기서 사진 찍자, 20~30분만 더 가면 되니 그냥 신창까지 가자 이야기하다가 그냥 신창역까지 가기로 한다.
아이들은 종착역인 신창역에 내리지만, 천안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에 실망하고, 종착역인데 계속 이어지는 철로에 당황한다.(참고로 지하철과 기차가 한 철로를 사용하는 까닭에 1호선 전철의 종착역은 신창역이지만, 그 길을 따라 기차는 계속 운행한다.)
결국 주위에 물어서 버스를 타고 옛 신창역사로 향한다.
아이들은 우리 태어나기 전 날짜가 쓰여있다느니, 찻길 만들려고 기찻길을 없앴나, 소가 튀어나올 것 같다느니 하며 수다를 떤다.
그러다 한 명이 핸드폰을 잃어버려 주운 사람이 알려준 곳으로 가는데, 길찾기 앱이 계속 논길로 안내하자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한다. 그 순간 갑자기 비까지 온다.
비가 그친 후, 아이들은 ‘무더위 쉼터’가 뭘까 싶어 경로당에도 들어가 보고, 길고양이에게 꽂혀 사라진 송희도 찾고 하다가 밤이 되자 지금이라도 집에 가야 안 혼난다, 비도 오는데 못 간다, 지금 가나 내일 가나 어차피 혼난다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결국 아이들은 마을회관에서 자기로 한다.
영화 <종착역>은 ‘세상의 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전철을 타고 종착역으로 향하는 동갑내기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참 많이 어설프게 보이지만, 정작 아이들은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순간순간 상황에 적응하고, 또 그걸 즐긴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아이들의 무공해 일상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30대 신인 남성 감독은,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위해 극 중 캐릭터와 같은 나이인 배우들을 캐스팅해 평소 행동 등을 관찰해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냈다.
배꼽 빠지게 웃긴 장면은 없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연기가 힐링을 선사하는 영화 <종착역>은 이달 2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