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행복을 찾아 떠나는 두 남자의 여정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최민식, 박해일 주연의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각자 절박한 상황에 놓인 두 남자의 로드 무비다.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해 오랫동안 감옥에서 지내는 수감번호 203번 이선우(최민식 분)는 드디어 몇 달 후면 석방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는다. 불과 그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2주.
어릴 때 보고 지금껏 보지 못한 딸(이재인 분)을 볼 날만 기다리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이에 그는 자기 휠체어를 밀어주던 병원 직원 남식(박해일 분)에게 탈출을 도와주면 가진 돈 얼마든지 주겠다고 제안한다.
사실 남식은 파브리병(지질의 선천성대사이상으로 여러 증세를 일으키는 유전병)으로 한 달 약값으로 3천만 원이나 들어가는 까닭에 병원을 옮겨 다니며 일하면서 몰래 약을 훔쳐서 근근이 버티는 중인데, 안 그래도 조금 전 병원에 약 훔친 걸 들킨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는 제안은 꽤 솔깃한 제안이다.
결국 두 사람은 감시하던 경찰을 피해 운구차 하나를 훔쳐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이들은 그래도 고인에 대한 예의가 있지 차 안에 있는 관은 묻어주기로 하고 어느 시골에 관을 묻는다.
그 과정에서 관 속에 사람이 아니라 수백억 원은 되어 보이는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돈이 간절한 남식은 이런 돈은 욕심내면 큰일 당한다는 선우의 충고도 무시한 채 이 돈을 편취(騙取)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돈은 어느 조직의 검은 돈이었고, 이 돈을 찾기 위해 운구차의 위치추적을 통해 조폭이 따라붙는다.
이에 이들은 조폭을 피해 도망 다니는 한편, 탈옥수를 잡기 위한 경찰도 따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과정은 때론 짠내 나기도 하고, 또 때론 그래서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는 죽기 전 딸을 한 번 보고 싶은 남자와 치료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한 남자가 같이 도망다니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돈과 사회적 계급이란 소재가 영화 <기생충>이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임상수 감독은 “계층의 문제는 한국에서만 심한 것이 아니”라며 “돈에 대해 다뤄야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돼 이런 소재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이 영화는 두 남자가 주인공인 로드 무비인 까닭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직의 보스(윤여정, 이엘)와 경찰(노수산나), 경찰서장(김여진 분) 등을 여성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남식과 선우의 여정을 통해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로>는 이번 영화제 기간에 6일과 7일, 10일 관객과 만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