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연대의 힘 보여줘
지난 8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도네시아 영화 <복사기>가 세계 최초(World Premiere)로 스크린 상영 기회를 얻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수르라는 한 여학생이 교내 연극동아리 홈페이지 관리를 맡고 있는데, 마침 그녀가 활동하는 동아리의 작품이 교토연극제에 출품 기회를 얻자 축하 파티에 초대받는다.
파티를 주최하는 라마는 수르에게 자신의 부친이 홈페이지 제작 일거리도 줄거니 꼭 오라고 말한다.
들뜬 수르는 “절대 술 마시지 말라”는 아빠의 당부도 무시한 채 파티에서 포도주와 위스키를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다.
덕분에 다음 날 늦잠을 자 동문회 장학금 심사에 겨우 도착하고, 그곳에서 “어제 클럽에서 술 마셨냐?”며 장학금 받아서 술이나 마시려냐고 하냐는 소리를 듣는다.
알고보니 누군가 어제 수르가 인사불성이 된 사진을 수르의 SNS에 올린 것.
이에 수르는 대체 누가 자신의 SNS에 이런 사진을 올렸는지 범인을 찾는 과정이 이어진다.
영화 <복사기>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영화다. 극 중 부잣집 도련님 라마는 어떤 짓을 해도 돈 많은 아빠 덕에 주위 사람들이 알아서 덮어준다.
심지어 수르가 범인으로 그를 지목하자,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수르의 아빠는 딸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라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한다.
돈이 있으면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은 8일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딸이 음주를 했다는 것 자체가 종교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인데다 진짜 소송이라도 걸리면 변호사를 살 돈도 없기에 무조건 숙이고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대하면 얼마든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에 수르는 학교 옥상에 복사기를 가지고 올라가 라마의 만행을 적어, 복사해 이를 교내에 뿌린다.
이를 읽어본 또 다른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라마에게 당한 것도 적어서 이 역시 복사해서 뿌린다.
이에 대해 감독은 복사기가 용기를 북돋우는 장치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복사기>는 8일에 이어 오는 12일과 14일에도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