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코로나 시대, 연기 지도도 영상으로?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이란 영화 <감독은 부재중>은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애든버러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5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을 오늘까지 찍어서 보내야 하는 연극배우들이 감독의 집에 하나, 둘 모인다.
문제는 집에 감독도, 감독의 아내도 없다는 것.
시간이 되자 감독은 영상통화로 연기지도를 하겠다고 하고, 배우 메이삼은 이러한 ‘부재중 연출’이 영 못마땅해 투덜거린다.
메이삼과 싸우던 감독은 급기야 통화를 끝내고, 메이삼 역시 공연에서 빠지겠다고 말한다.
메이삼에 동조해 다른 배우들도 몇 명이 자기도 공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고, 또 일부는 다들 왜 이러냐며 말린다.
그런 와중에 감독의 부인이자 같이 이번 공연에 배우로 참여 중인 마린이 집에 돌아와 배우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하더니, 자기는 공연에서 빠질테니 앞으로 자기 집에서 연습도 하지 말라며 다들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배우들이 나가질 않자 짜증이 난 마린은 자신이 집을 나가려고 문을 연다. 그랬더니 문밖에 남편이 쓰러져 있다.
단원들은 깜짝 놀라는데, 오히려 아내인 마린은 “툭하면 저런다”며 다 연기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무리 아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단원들 입장에선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 법. 이에 일단 거실로 감독을 옮겨놓고, 119에 신고한다.
구급대원은 이미 사망했다며 그냥 가려하고, 단원들은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며 소란스럽다.
갑자기 마린은 경찰이 오기 전에 각자 무대의상을 입고 영상을 찍자고 말한다.
단원들은 지금 뭐하자는 건가 싶으면서도 마린이 눈물로 호소하자 일단 촬영준비를 한다.
이 작품은 연극연출가로 20년 동안 활동해 오고 있는 아르반드 다쉬타라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지난 9일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극단 단원들과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영화를 구상하다 한 장소에서 촬영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장면이 끊어지지 않고 쭉 이어진다. 이 때문에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 5개월 동안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면 그 사이에 배우들이 움직이거나 소품을 재배치해야 했다. 덕분에 촬영이 끊기지 않고 쭉 촬영할 수 있었다고.
영화를 연출한 아르반드 다쉬타라이 감독이 극 중에서도 감독(연극 연출가)으로도 출연했는데, 스스로 자신을 표현할 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직접 출연까지 하게 됐다며, 다른 배우들도 실제 자기 이름으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죽은 상황에서 마린이 애든버리축제에 보낼 영상을 찍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란의 정치상황이 무서워, (영국인인) 마린이 빨리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하기도 했고, 죽음이 예술을 멈출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화 <감독은 부재중>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9일과 10일에 이어 오는 13일에도 관객에게 선보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