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못 배우면 꿈 포기?
겉으로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학연, 지연, 혈연 등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아버지가 현역 국회의원이면 대리로 퇴직해도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을 수 있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은 국방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든든한 아버지도, 특정 대학 졸업장도 없는 사람은 그저 그런 인생은 살 수 있겠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 가능성은 작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30대 이상 미혼남녀 중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13%에 불과한 고졸자가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가치 캅시다>는 고졸 출신의 카투사 병장 추해진(김기현 분)이 성공을 위해 미군이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국민의 2/3가 가지고 있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추 병장은 국내에선 제대로 된 일을 구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 카투사(KATUSA) 제대 후 미군이 되기로 결심한다.
미군이 되면, 미국 시민권도 나오고 그렇게만 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단순히 영어만 잘한다고 카투사에 오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은 청년들이 카투사가 되는데, 그들이 볼 때 고졸 출신 추해진이 미군을 꿈꾼다는 것은 같잖아 보일 뿐이다.
결국 그들은 추 병장이 개당 100만 원에 달하는 보급품을 훔쳤다고 누명을 씌우고, 로저스 소령은 추 병장에게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5명의 병사를 보증인으로 세우라고 조건을 건다.
미군에 지원하기 위해 뭐든 해야 하는 추 병장은 자신을 싫어하는 동료·후임 병사들을 찾아가 보증인 서명을 받는다.
처음엔 다들 서명을 꺼리지만, 각자 추 병장에게 약점을 잡혀 결국 어쩔 수 없이 서명해 준다.
그렇게 5명 중 4명의 보증을 받은 추 병장은 일단 미군이 요구한 보증인의 절반 이상을 채워 큰 문제 없이 미군이 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막판에 이중국적자인 후임 김의성이 장난을 쳐 그의 꿈은 수포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이 영화는 가난에 대한 혐오를 그린 영화 <기생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추 병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가난하고, 못 배워서다.
그런 그와 같은 카투사인 것 자체가 짜증이 나는데, 그가 미군이 돼 미국 시민권까지 얻으려 하자 가만 놔두질 않는다.
실제 카투사 출신인 조승원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군대 이야기라는 소재에 집중하기보다 20·30세대가 각자의 배경에 따라 상대에게 가지는 혐오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 <가치 캅시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