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때문에 의문사한 배우
1960년대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배우 진 세버그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버그>가 18일 오전 용산 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1968년 5월, 그녀는 영화 촬영을 위해 아들과 남편을 파리에 남겨 둔 채 LA로 향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는 그녀는 평범한 주부 역할은 하기 싫어하지만, 소속사에선 매번 그런 역할을 가지고 온다.
그런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일이 벌어지니 바로 LA행 비행기 안에서 한 흑인 남성이 돈을 낼테니 1등석에 앉게 해 달라고 소란을 피우고, 항공사는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에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는 흑인 인권 운동가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 분)과 미국의 급진파 흑인 해방운동가 말콤X의 부인에게 기꺼이 자기 자리를 내어준다.
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인 자신을 취재하러 온 취재진 앞에서 그녀는 하킴과 함께 ‘흑인 파워’를 지지하는 손동작을 해 보인다,
게다가 FBI 감시대상인 하킴의 집까지 찾아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말도 모자라, 하킴과 잠자리까지 갖자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그녀를 위협적 존재로 인식한 FBI는 세버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세버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킴의 아내가 운영하는 단체에 거금 5천불을 쾌척하는 등 물질적으로 흑인운동단체를 돕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에게 소속사 대표는 대중들은 미국 중서부 출신인 그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며 말리지만, 세버그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세버그를 그만두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FBI는 하킴과 세버그가 잠자리에서 나눈 대화 녹음과 두 사람의 성관계를 묘사한 조잡한 그림으로 두 가정을 파탄내려 시도한다.
이 일로 세버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하킴의 아내 도로시로부터 다시는 보지 말자는 얘기를 들은 것도 모자라, 하킴으로부터 백인여성과 잠자리를 가져 흑인들 사이에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며 이제 제발 파리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그런 와중에 FBI의 도청과 미행이 계속되자 세버그는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인다.
오죽하면 1970년 1월, 멕시코에서 차기작을 촬영하던 그녀는 “어제 못 보던 스태프 같다”며 촬영을 거부할 정도로 늘 불안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영화 촬영 기간에 외간남자와 잠자리를 해 아이를 갖게 되자, 이를 알게 된 FBI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세버그가 하킴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가짜 뉴스를 제보한다.
당대 스타인 그녀의 임신 사실은 큰 가십거리가 됐고, 결국 그녀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죽진 않았다. 다만, 딸이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두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에 그녀는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를 보도한 뉴스위크를 고소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우리가 거짓에 눈감지 않는 한,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그녀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FBI 잭 솔로몬 요원은 그동안 FBI가 수집한 그녀에 대한 자료를 세버그에게 건네지만 세버그는 이를 언론에 폭로하진 않고 그냥 다시 그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그녀는 1979년 9월, 실종 열흘 만에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만40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 <세버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인종차별과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으로,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