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의 끝에는 희망이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모더니즘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가 박태원의 단편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무명 소설가가 서울(종로 일대)을 배회한다’라는 설정과 소설의 제목을 빌려와 완성된 작품은 힘든 일상을 견디며 새로운 희망을 기다리는 현대인의 잘 보여준다.
소설가 구보(박종환 분)는 선배가 편집장으로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자신의 소설 출간 여부를 결정하기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생각했던 좋은 소식이 아니라 허탈한 마음으로 서울 거리를 배회한다. 연락을 받고 나간 술자리에 정작 연락한 지인은 도착하지 않고 어색한 만남의 자리가 마련된다.
불편한 자리를 빠져나와서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씁쓸한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른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조용하게 흘러가는 하루의 일상을 그린다. 소설가 구보는 현대화한 사회에서 아직 원고지에 직접 소설을 작성한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고집하며 집필 중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등단했다고 하지만, 아직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계속 이 길을 걸으며, 부정적인 다양한 감정에 휩싸인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서서 하루 종일 서울의 길거리 배회한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큰길로 나오기도 하고, 다시 좁은 길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이 어렵고 힘들었다가 순탄함을 맞이하듯 그 여정을 길을 걷는 것으로 표현했다.
또, 사람은 심란할 때 정처 없이 헤매기도 한다. 불편한 만남에서는 잠시 빠져나와 길에서 초조히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행동들은 그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구보의 행동만으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혼자 작업하는 직업이지만, 구보는 집 밖으로 나와 길을 걷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만남을 통해 더욱 소외되기도 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면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마주한다.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처음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지만, 구보의 발걸음이 더해가면서 우리의 감정도 구보에 동화되어 그를 응원하게 된다.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와 흑백의 화면은 구보의 인생을 담담하게 표현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한다.
현대사회에 지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을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지친 삶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