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영화 아닌 관계에 대한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오른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영화 <킹메이커>가 13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김운범(설경구 분) 앞에 그를 돕겠다며 ‘약방 선생’ 서창대(이선균 분)가 접근해 온다.
“옛날에 그리스 살던 아리스토텔레스란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수다.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다”라고 말하는 김운범에게 서창대는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 스승입니다”라고 맞받아칠 정도로 두 사람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루고자 하는 바가 같기에 결국 딱히 직함도 없이 서창대가 선거 캠프에 합류해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결국 김운범은 서창대 덕에 ‘금배지’를 달게 된다. 그리고 그는 1967년 목포에서 3선에 도전한다.
대통령(김종수 분) 입장에선 야당인 김운범의 존재가 눈엣가시라 어떻게든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과 예산을 목포에 쏟아붓는다.
그는 목포로 내려가 여당 후보인 김병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국무회의를 목포에서 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와이셔츠와 고무신을 주민들에게 돌린다.
반면, ‘화력’이 약한 김운범 후보 측은 고심에 빠진다. 이에 서창대가 선거운동원들에게 공화당 조끼를 입혀 주민들에게 공화당이 준 선물을 다시 받아오게 시킨다.
그리고 다시 고스란히 신민당 이름표를 붙여 그 선물을 주민들에게 돌린다.
돈을 퍼부은 건 공화당인데, 시민들은 공화당에 반감을 가지게 돼 결국 선거에서 김운범 후보가 당선된다.
이에 중앙정보부 김 부장(윤경호 분)과 여당의 선거전략 전문가인 이 실장(조우진 분)이 서창대를 찾아온다.
둘은 서창대에게 돈 가방을 건네며 대통령을 위해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서창대는 3초 만에 거절한다.
이후 대선을 앞두고 신민당 내에서 김영호(유재명 분)가 출마 선언을 하고, 이에 김운범과 이한상(이혜영 분)도 줄이어 출마 선언을 한다.
결국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김운범이 선출된다. 그는 주민통제의 수단이 된 ‘향토예비군 폐지’를 주장했다가 ‘빨갱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이에 서창대는 화제 전환을 위해 ‘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부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던 그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던 김운범은 서창대와 거리를 둔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야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김운범이 방미(訪美) 길에 오른지 이틀 만에 그의 동교동 자택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경찰은 자작극으로 단정 짓고, 서창대를 비롯해 김운범의 측근들을 잡아 들인다.
급히 귀국한 김운범은 서창대를 일단 경찰서에서 꺼내준 후, “자네는 (정치인이 되기에)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며 그와 결별한다.
반면 박기수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서창대의 조언을 참고해 지역감정을 조장해 결국 선거에서 이긴다.
영화 <킹메이커>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큰 틀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처음 시나리오 상에는 ‘김운범’이 아닌 실존인물의 실명으로 되어 있어 부담을 느낀 설경구가 감독에게 말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참고로 김영삼은 김영호, 박정희는 박기수로, 이희호는 이희란으로, 유진산은 강인산으로 바꿨다.), 조금 덜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는 그는, 성대모사를 하기보다는 극 중 역할 ‘김운범’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처음 사투리 연습도 했지만, 촬영할 때 최대한 사투리를 덜어냈다고.
그렇다면 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루기로 했을까? 이에 대해 변성현 감독은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가 단 몇 줄에 불과한 (극 중 서창대의 실존인물인 엄창록의) 이야기에 주목해, 알려진 내용이 없으니 영화적 상상력을 보탤 수 있겠다 싶어서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장르영화이자 상업영화라며, 서창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상상력과 시대적 상황을 잘 섞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정치영화로 보거나, 대선을 3달도 안 남기고 개봉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미를 두진 말아 달라고 주연배우 모두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설경구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라며 개봉일 역시 ‘위드 코로나’ 시기에 맞춰서 정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선균은 “정치영화가 아닌 관계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과연 결과를 위해선 과정은 상관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킹메이커>는 이달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