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진행에도 흥미로운 작품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의 2021년 마지막 K-콘텐츠로 공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배우 정우성이 자신의 제작사인 아티스트스튜디오로 제작에 참여했고, 배우 배두나와 공유 등 화려한 출연진에 이미 호평을 받았던 단편영화를 시리즈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8부작의 시리즈물로 풀어낸 <고요의 바다>는 메인 타이틀부터 시선을 끈다. 흐르는 물을 차갑고도 역동적으로 풀어낸 타이틀은 흑백의 선명한 차이를 보이는 달 기지의 모습과 함께 처음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아직 한국 영화나 시르즈물에서 다뤄지지 않은 달 기지는 2700평에 5개의 세트에서 꼼꼼하게 구현되었다.
꼼꼼한 구성은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있게 갖춰져 달이라는 미스터리한 공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또, 물이 부족한 황폐해진 지구의 미래 모습은 근 시일 내에 닥쳐올 모습으로 여겨져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고요의 바다>는 달의 버려진 달탐사기지인 ‘발해’기지에서 샘플을 가져오는 임무를 받고 출발한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24시간 안에 샘플을 찾아 지구로 복귀 해야한다.
방사능 유출 사고로 임시로 폐쇄되었던 발해지기는 이 임무를 마지막으로 영구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선발된 대원들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분), 탐사팀의 대장 한윤재(공유 분), 수석 엔지니어 류태석(이준 분), 팀 닥터인 홍닥(김선영 분), 보인팀장 공수혁(이무생 분) 등으로 각자의 이류로 이 임무를 받아들였다.
특히, 우주생물학자 송지안은 달기지에 있던 언니의 죽음을 조사하기 위해 이 임무에 합류한다.
송지안의 언니가 보냈던 의문의 메시지를 풀기 위해서, 기지에 있던 대원들이 한꺼번에 죽은 의문을 풀기 위해 송지안의 시선으로 극을 따라가게 된다.
달 탐사기지인 발해기지에서 언니를 잃은 송지안은 언니의 죽음에 의문점을 가진다. 언니가 그곳에서 무엇을 연구했는지도 모르지만 죽음의 정확한 사인도 알지 못한다.
단지 방사선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애매한 답변만 듣고 언니의 죽음의 대가로 물 배급제가 시행중인 지구의 물 배급 최고등급인 골드멤버 카드를 받았다.
이번 임무의 목적인 샘플 운반도 무엇을 운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임무에 합류한다
탐사팀의 대장인 한윤재는 물 배급 등급을 높이기 위해 임무에 참여한다. 아픈 딸아이의 치료를 위해 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여러 가지 의문이 있어도 오직 임무의 성공을 위해 판단하고 움직인다. 임무의 성공에 집중해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달 창륙부터 쉽지 않은 여정을 떠난 대원들은 발해기지 도착 전에 이미 대원을 한 명 잃고 기지에 들어간다.
기지에서 만난 첫 번째 사체는 익사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망 원인을 위해 부검을 해야한다는 송지안의 의견은 직접적인 임무가 이닌 것으로 판단해 대장 한윤재에 의해 반려된다.
그러던 중 미지의 생물에 공격당해 두 번째 대원이 사망하고, 연달아 세 번째 대원이 사망한다.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고 사망한 세 번째 대원은 이미 5년전에 죽어있던 발해기지의 사체들과 같은 익사체의 모습이다.
발해기지의 모든 의료기록을 뒤지지만 특별한 기록은 발견하지 못하고 송지안의 언니 송원경의 기록은 열람할 수 없다.
결국 부검을 실시, 사망 원인이 익사인 것을 확인하고, 무한 증식하는 물이 원임임을 밝혀낸다.
달에서 발견한 특별한 물인 월수(月水)가 모든 것의 이유라 생각한 대원들은 연구 기록등이 남아있는 저장장치를 찾아 나서고, 자신들을 공격했던 생명체가 아이 모습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리즈물 <고요의 바다>는 잘 짜여진 배경 설정으로 지구의 미래를 현실감 있게 그렸다.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진 지구는 바다를 찾아보기 힘들고, 한강의 물도 거의 말라버렸다.
물은 배급을 통해 주유기처럼 설치된 물 배급 장치에서 받아야하고, 배급도 등급에 따라 달리 받는다. 물 등급제를 폐지하자는 시위가 계속 일어나는 배경 등을 잘 묘사한다. 물이 부족한 시점에 월수는 비록 안정화되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존재다.
무한 증식하는 물인 월수는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표적이 되며 많은 희생을 치룬다.
거기에 달기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비밀리에 복제인간을 만들어 실험체로 사용하는 비인권적인 실험도 이루어진다.
모두 부족한 물이 원인이 돼 일어나는 일이다. 월수의 안정화에 성공하면 바다도 수영장도 꿈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야하는 것들은 당연한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다. 불법적인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도, 복제인간을 실험체로 사용하는 것도 말이다.
달에 간 대원들이 찾은 실험체, 인간 아이는 루나073번으로 뒷목에 새겨진 073번이라는 숫자만으로 얼마나 많은 실험을 통해 성공한 것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기지 임시 폐쇄 결정으로 인해 그 안에 있던 모든 달기지 대원들은 월수에 의해 수장당했다.
비밀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직접 수장시켰던 대원은 또 다른 트라우마를 갖고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인물들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를 통해서 섬세한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며, 인간의 잔인성과 욕망을 함께 보여준다.
시리즈의 3부까지 기지의 상황과 대원들의 어려운 상황만 묘사해 궁금증만 자아낸다. 4부에 들어서면서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고 기지에서 일어난 일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채널 돌아갈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잔잔한 진행이 인물의 섬세한 내면 변화를 표현해내 느린 진행을 이겨낼 만큼 흥미롭다.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공간, 달 기지의 아름다운 미쟝센과 미지의 공간인 달 기지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이 황폐화한 지구와 맞물려 긴장감을 부여한다.
마지막 부분에 무한증식한 물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잘 짜여진 구성은 끝까지 눈을 때지 못할 만큼 흥미롭다.
아울러 배우들의 찰떡같은 캐스팅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시리즈로 정주행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