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 없는 당신께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가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6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중편 영화로, 무명배우 충길(김충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동생에게 용돈을 뜯어내기 위해 ‘연기’를 한다. 쓸데없는 재능낭비라는 말은 이럴 때 쓰지 싶다.
또 그는 윤정(윤해신 분)에게 고백했다가 차인다. 그런 그에게 한 영화감독(한동원 분)이 캐스팅을 위해 미팅을 하자고 연락해 온다.
서둘러 준비하고 약속 장소에 나간 그는 감독의 요구에 따라 식당에서 온몸을 바쳐 여러 연기를 선보인다.
같이 미팅에 나온 여배우(주남정 분)와 감독은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그게 꼭 연기 잘한다는 칭찬의 의미는 아니다.
캐스팅되고 싶어서 이런 데서 참 온갖 생쇼를 다한다는 비웃음의 의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충길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극중 충길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네 청년의 모습과 닮아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키는 일은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의 그런 간절함은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꿈을 위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애가 참 안쓰럽다며 그냥 무시한다.
간도 쓸개도 빼고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면 캐스팅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결과는 정반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외모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상대를 대하곤 한다. 그가 명품을 걸치고 있거나 좋은 대학이나 회사를 다니면 무시하지 않고, 그렇지 못하면 무시한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충길이 무명배우가 아니었으면, 식당에서 그렇게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지 않았어도 바로 캐스팅됐을 것이다.
하지만 무명배우인 까닭에 사람들 많은 식당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별의별 연기를 다 보여줬지만, 감독은 그냥 자기의 재미를 위한 도구로 그를 활용할 뿐이다.
누구나 때가 있는 법이다. 극 중 여러 차례 대사에도 나오지만, 송강호 같은 배우도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극 중 충길 역시 나중에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면 나중에 그가 대배우가 됐을 때 은혜를 잊지 않겠지만, 지금 그가 무명이라고 함부로 대하면 나중에 성공했을 때 그가 상대를 어떻게 대할지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은 되는 일이 없어 좌절한 청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