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폐허 속에서 희망을
영화는 “2014년 한 과격파 단체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장악하고 회교법을 엄격히 시행했다”는 자막이 나오고 총성이 들리는 공간에서 피아니스트인 카림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
연주하는 곡은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피아노 연주 소리에 어우러져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실화가 바탕인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시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피아니스트 ‘카림’의 이야기를 담았다.
카림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기 위해 시리아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기 위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어머니의 피아노를 팔아 떠나려 한다.
하지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총격으로 피아노는 망가지고 피아노를 고치기 위해 부품을 찾아 테러와 폭격의 한가운데 있는 다른 도시를 향한다.
도움을 받으며 도착한 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길도 찾을 수 없고, IS에 저항하는 여성 민병대인 ‘사마’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실제 아직 내전 중인 시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IS에 저항하는 여성 민병대인 사마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여전사로 나온다. 여자 손에 죽으면 천국에 못 간다는 믿음이 그들의 무기라고 한다.
영화 초반부에 아이를 부르는 여성의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총의 개머리판으로 여자를 때린다.
여성은 외출 시 머리카락과 얼굴, 몸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를 착용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서 시리아 여성의 지위를 가늠케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또한,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엄격한 회교법을 적용해 자유를 억압한다. 피아노 연주도 하지 못하게 하며, 서양의 모든 것을 배척한다.
서양인처럼 머리카락을 자르고 서양 음료를 마시려 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을 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은 이슬람교와 신의 뜻을 따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신분을 확인 받아야 한다. 피폐한 전쟁의 한 가운데서 자유를 빼앗기고도 삶을 살아내야 하는 그들은 희망까지 없다면 숨이 막혀 살 수 없다.
무장단체는 신의 뜻이라는 정당성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핍박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른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영화 <주디>, <단지 세상의 끝>, <리플리>,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음악을 담당했던 가브리엘 야레 감독은 전쟁이라는 폐허 속에서 이야기하는 희망을 음악으로 전한다.
처음 시작하는 장면에서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를 카림이 피아노로 연주한다.
전쟁이라는 비참한 현실과 총성이 오가는 곳에서도 음악으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들것에 실려 온 총상을 입은 환자의 수술 장면에서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다.
아직 이르다는 카림의 이야기는 곧 그가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암시하고, 음악은 슬픔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마지막 폐허의 공터에서 카림이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으로 총성에 저항하는 의지를 잘 나타낸다. 카림의 피아노 연주로 그의 심경을 대변하며 관객에게 큰 울림을 전달한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의 저항 이야기로 전쟁의 잔악성을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특히, 황폐한 전장의 폐허 속에서 피아노로 저항하는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오는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