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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

장기기증에 대한 화두 던져

영화 인어가 잠든 집 스틸컷

동네 아이들이 골목에서 캐치볼 놀이를 하다가 ‘인어’의 집에 공이 떨어지자, 다른 아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고는 아무렇지 않게 그 집 마당에 들어간다.

공을 주운 후, 마당을 둘러보던 소고는 유아차에 앉아 잠이 든 미즈호를 발견하고 한참 쳐다본다.

사실 미즈호는 예전에 외할머니와 함께 수영장에 갔다가 배수구에 손가락이 끼어 물속에서 제때 나오지 못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뇌사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

의사는 보통 이런 경우 며칠 내에 죽거나 아이들의 경우 몇 달도 살지만, 회복된 사례는 없다며 혹시 장기기증을 할 생각은 없는지 묻는다.

그는 만약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바로 뇌사 판정을 내려 사망으로 간주해 장기를 적출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생명유지 장치로 연명하다가 심장이 멈추면 그제야 사망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이는 일본에 국한된 특수한 경우라고 덧붙인다.

이에 미즈호의 엄마는 애가 몇 달이라도 살 수 있다면서 바로 장기를 떼어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강하게 반대한다.

그런데 또 미즈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기는 이미 행복하다며 다른 사람을 위해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꺾지 않는 아이였기에, 다른 이에게 장기기증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결국 장기기증에 동의한다.

하지만 장기 적출을 앞두고 미즈호가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미즈호의 엄마는 딸이 살아 있다며 장기기증 의사를 철회한다.

한 달째 큰 탈이 없자 미즈호의 엄마는 애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의사에게 말한다. 의사도 뭐 그렇게 해도 딱히 상관은 없을 것 같다며 동의한다.

미즈호의 엄마는 남편에게 애를 간병하려면 자기가 일을 관둬야 하는데, 혹시 이혼을 없던 일로 해 줄 수 없는지 묻는다. 이에 남편도 그렇게 하자며 동의한다.

그렇게 엄마와 외할머니, 그리고 가정방문 간호사 등이 달라붙어 미즈호를 돌본다.

여기에 장애인을 위한 첨단 의료기기를 만드는 미즈호의 아빠가 딸이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호흡 할 수 있는 기계를 딸 몸속에 넣은 까닭에 상태가 호전된다.

이에 미즈호의 아빠는 또 다른 방법으로 미즈호의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 방법은 전기를 이용해 미즈호의 뇌에서 인위적으로 뇌파를 생성해 척추에 신호를 보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

어쨌든 아이가 몸을 계속 움직이자 건강상태도 조금씩 좋아진다.

하지만, 회사 내 다른 직원은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자신들이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미즈호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자인 유야는 애인 마오와 데이트할 시간도 없이 미즈호에게 메달린다.

중요한 약속도 잊고, 전과 달리 요즘은 무슨 일 하는지 자세히 말도 안 해주자 마오는 유야의 뒤를 밟는다.

그렇게 마오는 미즈호의 집까지 쫓아가고, 미즈호의 상황을 알게 된다.

평소 장애인이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유야가 참 멋있다고 생각하던 마오는 실망한다.

게다가 회사 임원들은 유야를 사장이 사적인 일에 동원해 원래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늦어지자 불만을 드러낸다.

여기에 회사 창업주이기도 한 미즈호의 외할아버지 역시 미즈호의 아빠에게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려고 하다간 끝도 없다며 반대의사를 전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즈호의 엄마는 마치 꼭두각시처럼 미즈호를 조종하며 기뻐한다.

이 모습을 본 미즈호의 아빠는 아내와 유야가 미즈호를 인격체로 보는 건지 그냥 장난감으로 여기는지 싶어 그런 상황을 만든 유야에게 화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즈호의 엄마는 매일 같이 딸을 유아차에 태워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엄마의 이런 행동에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쿠토는 누나는 진작 죽었는데, 엄마가 기계로 그냥 움직이게 하는 것뿐이지 않냐며 쓴소리를 한다.

미즈호가 분명히 살아있는데 밖에 데리고 나가는 게 왜 문제인지 이해가 안 되는 미즈호의 엄마는, 미즈호가 전시품도 아니고 왜 자꾸 데리고 나가냐는 남편과 크게 싸운다.

미즈호 엄마의 집착은 점점 커져 가고, 결국 그녀는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미즈호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든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노인의 3.9% 여성 노인의 3.1%만이 사후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기증 뇌사자는 총 442명으로 2020년보다 36건(7.5%) 감소했다.

뇌사자 장기기증을 통한 이식 건수(1,478건) 역시 7.5%가량(2020년 1,599건) 줄어든 가운데, 장기별로 ▲신장 747건 ▲간 357건 ▲췌장 37건 ▲심장 168건 ▲폐 167건 ▲소장, 손·팔 각 1건의 장기이식이 이뤄졌다.

신장·간 이식이 각각 101건, 38건 줄었고, 폐·췌장 이식은 17건, 5건 늘었다.

같은 기간 뇌사자와 생존자, 사후 장기이식을 모두 더한 전체 장기이식 건수는 5,674건을 기록하면서 2019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누계)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지난해 4만5,855명으로 2,673명 증가했다.

당연히 가족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 특히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즈호의 엄마처럼 뇌사상태에 빠진 딸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끝까지 무리하게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장기기증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 많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연 사람의 목숨은 언제 끝났다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영화 <인어가 잠든 집>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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