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가 될뻔한 영화
동네 아저씨들과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던 샤오룬(가진동 분)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나무 아래로 피한다.
그런데 그때 벼락이 치면서 벼락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저승에 간 그는 환생을 앞두고 ‘사랑의 신’ 월노(月老)라는 성직을 택한다. 그가 성직을 택한 이유는 사람이 저승에 가면, 그동안의 공과(功過)에 따라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염주를 받게 되는데, 흰색 염주의 개수에 따라 더 좋은 동물로 환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염주가 모두 흰색이면 사람이나 고양이로 환생이 가능하다.
흰색 염주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상에 공헌해야 하기에 그는 성직을 수행키로 했고, 여러 성직(聖職) 중 사랑의 신 역할을 선택했다.
월노는 붉은 실을 묶어 서로의 인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까닭에 핑키(왕정 분)랑 짝이 되어 세상에 내려온다.
그는 살아생전 자기와 사귀던 홍칭칭(송운화 분)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줘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홍칭칭에게 붉은 실은 묶는 족족 계속 끊어진다. 샤오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월노도 홍칭칭에게 붉은 실을 묶지 못한다.
사실 홍칭칭은 샤오룬이 이승에 왔을 때부터 그의 모습도 보고, 그가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샤오룬과 다른 월노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려고 애쓰자, 왜 꼭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어야 하냐며 거부해 붉은 실이 계속 끊어졌던 것.
여기까지만 보면 참 재미있고, 서정적인 영화다. 귀신을 보고,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설정은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를 닮았고, 샤오룬과 홍칭칭의 티격대격하는 모습은 어제(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닮았다.
게다가 대만의 떠오르는 샛별 왕정이 톡톡 튀는 월노 ‘핑키’ 역을 맡아 극에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홍칭칭과 샤오룬의 얘기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으면 재미있는 판타지와 로맨스가 결합 된 영화가 됐을 텐데 갑자기 전생 얘기가 나오면서 귀두성과 우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이야기 전개가 복잡하고, 재미를 반감시킨다.
사실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쓴 <월노>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소설 속엔 캐릭터인 귀두성(마지상 분)을 만든 게 감독의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